뉴욕커 정은실 작가

정은실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성신여대 간호대학 졸업후에  1986년에  도미하여 지금까지 뉴욕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핸드폰  총판 경영과 2005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에  등단했고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 음악 에세이” 를 연재 했으며 뉴욕 문인협회 회원이다. 

정  작가는 음악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들과 다르다.  “클라식과  에세이의  만남 “ 의  에세이 제 일편 “돌아봄” 에 속해있는 “커피 한 잔의 미학” 을 소개한다.

커피 한잔의 미학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이 밤이 되도록 그칠 줄 모르고 퍼부어 댄다. 진한 커피 향과  함께 듣는 쇼팽의 야상곡은 비와 함께 어우러져 묘한 조화를 이루어낸다. 사람들은 유난히도 비오는 날 커피를 즐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나에게도 예외는 아닌 듯, 문득 커피가 그리워졌고 하루 종일 일하면서 마셨던 커피와는 전혀 다를 새로움이 묻어있는 듯하다.

내가 언제부터 커피를 좋아했던가 생각해본다. 그저 잠을 쫓기 위해 마셨던 고등학교 시절에는 진정 커피의  향을 깊이 음미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대학시절, 맛있는 커피, 향이 좋은 커피를 찿아다녔던 시절도 정작  커피의  맛보다는 그 멋에 더 심취했었다는  느낌이다. 이제 나이 사십이 넘어  커피는 떼려야  뗄 수없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고, 이왕 이렇게  된 바에는 한잔의  커피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잠시나마  찿기로 했다.  어차피  작고 사소한 일상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그런 날들이 쌓여 인생이 되는 것….

아침에 일을 시작하면서 마시는 큰 한 잔의 블랙커피는 하루 중에 가장 중요한 생활의 일부이다. 모닝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계획하고 전날의  업무 보고를  받는다.  그 속에는 사소하지만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여러모양의  인간관계가  수평  수직적으로  얽혀있다. 거기서 나는 인생의 또 한 면을 보고 배운다. 커피  한잔을  다 마실 때쯤이면 이미  차가워져 있지만  결코 그냥 버리지 않고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마시는 이유는 하루를  내 계획대로  잘 이끌어 나가려는 나의 강한 의지이리라. 

중간에  스토어 Rounding을  하면서  마시는  커피는 여러  색깔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떤 때는 인생의  붉은 면을 보기도하고  때론 푸른 면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한 가지 색깔도 가볍게 넘길  수 없고,  또 그러기도 싫은  까닭은 인생에  대한 나의 진한 사랑이리라.

저녁에  하루를  마감하면서  다시금 나는 큰 한잔의  커피를 손에  잡는다.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종업원들, 그들 얼굴에서 묻어나오는 하루의  노고와  일상의  정취를  만끽해보고  또 그들에게 칭찬과  갈채를  보낼  준비를 이 저녁  커피와  함께 하는 것이다. 피곤이 배어있는 그들 몸짓 하나하나에서 나는 또 다시 일의  성스러움을 보게 된다.

 

이제  모든 사람이 밤든 이밤 나는 다시 커피를  끓이고 있다.  이 마지막  잔에  묻어있는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고 모든것을  잊어버린  상태에서 그저 무아의  경지로 돌아가고  싶은 시간, 이 시간에 마주하는  커피의  의미는 내게 일하고는 전혀 동 떨어진 다른 면에서의  인생을 느끼게 해준다. 인생은 정말 살아볼 만한 것, 그래서 좋은 것이다. “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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